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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효능감의 형성과 무너짐 (학습경험, 피드백, 기대좌절)

by 해수달심리학 2025. 5. 24.

자기효능감의 형성과 무너짐 (학습경험, 피드백, 기대좌절)

“나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 같아.” “한 번 실패했을 뿐인데, 다시 시도할 용기가 나질 않아요.” 이런 말들 속에는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약화된 심리 상태가 숨어 있습니다. 자기 효능감은 ‘내가 특정 상황에서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가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하며 지속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 자기효능감은 단단히 형성되기도 어렵고,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정서적 구조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기 효능감이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이 그것을 파괴하는지를 학습경험, 피드백, 기대 좌절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다룹니다.

학습경험: 효능감은 작은 성공에서 자란다

자기효능감의 가장 큰 근원은 바로 직접적인 수행 경험입니다. 무언가를 실제로 해보고, 작게나마 성공을 거두는 경험은 자신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점진적으로 강화합니다.

 

반두라의 자기효능감 이론(Bandura, 1977)

  • 자기 효능감은 네 가지 원천에서 형성됨:
    1. 성공 경험 (mastery experiences)
    2. 모델링 (vicarious experience)
    3. 사회적 설득 (social persuasion)
    4. 정서 상태 (emotional arousal)

이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 바로 성공 경험입니다.

 

학습경험이 효능감을 키우는 방식

  •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했을 때 자기 강화 발생
  • “할 수 있을지도 몰라” → “한 번 해봤더니 되네” → “다음에도 할 수 있어”
  • 반복되는 성공은 점차 도전과 시도의 두려움을 줄임

그러나 반대 경험은?

  • 실패가 반복되면 “역시 안 돼”라는 무기력감으로 연결
  • 한두 번의 실패로도 전체 능력을 부정하는 과잉 일반화
  • 특히 초등기~청소년기, 자존감이 형성되는 시기에 지속된 부정적 학습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도전 회피 및 회복탄력성 저하로 이어짐

즉, 자기효능감은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니라, 경험을 통한 ‘축적된 자기 신뢰감’입니다.

피드백: 말 한마디가 확신을 만들고 무너뜨린다

자기 효능감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타인으로부터의 피드백입니다. 우리는 완전히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타인의 반응을 통해 ‘나’를 인식하고 평가합니다.

 

긍정적 피드백의 힘

  • “네가 이걸 해낸 게 정말 대단해.”
  • “그 시도 자체가 가치 있었어.”
  • 이런 말은 단지 칭찬을 넘어서, 행동에 대한 의미부여와 확신을 제공합니다.
  • 특히 부모, 교사, 상사와 같은 권위자의 피드백은 개인의 자기 효능감 형성에 매우 강한 영향력

부정적 피드백의 위험

  • “왜 그걸 그렇게밖에 못하니?”, “이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한 거야?”
  • 능력 자체를 부정하거나 조롱하는 피드백은 효능감에 심각한 손상을 줌
  • 피드백을 잘못 받을 경우:
    • 행동에 대한 개선 동기 저하
    • 자기검열과 표현 회피
    • 결국 도전보다 순응이나 회피 전략에 매몰

피드백의 질이 중요한 이유

  • 내용보다 맥락과 전달 방식이 자기 효능감에 더 큰 영향을 줌
  • “그걸 다시 해보는 게 어때?” vs. “또 그 실수냐?”
  • 긍정적 피드백은 실패마저 학습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부정적 피드백은 성공 가능성마저 위협으로 인식하게 만듦

결국 자기효능감은 주관적 신념이지만, 타인의 언어를 먹고 자라는 정서적 구조물입니다.

기대좌절: “잘될 줄 알았는데…”의 충격

자기 효능감을 가장 깊게 무너뜨리는 요소 중 하나는 기대한 결과가 오지 않았을 때의 실망, 즉 기대좌절(disconfirmed expectancy)입니다.

 

왜 기대좌절은 효능감을 무너뜨리는가?

  • 큰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패 → 무력감과 자기 불신 초래
  •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실제 결과에 의해 부정되면서 자기 개념 전체가 흔들림
  • 결과 중심 사회에서는 결과 = 자아 가치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음

반복되는 좌절의 심리적 효과

  • 시도 회피: 더 이상 노력해도 안 될 것 같다는 포기감
  • 자기 회의: 내 신념이 틀렸을 수 있다는 자기의심
  • 인지왜곡 강화: “나는 원래 못해”, “역시 내가 문제야” 같은 자동사고 형성

회복을 위한 접근

  • 실패에 대한 해석 전환: “결과가 나쁘다고 내가 나쁜 건 아니야”
  • 성공과 성장을 과정 중심으로 재구성
  • 장기 목표 대신 단기 성공을 통한 자기 신뢰 회복 전략 필요

기대가 클수록 좌절도 크지만, 그 감정을 건강하게 해석할 수 있을 때 효능감은 다시 세워질 수 있습니다.

자기효능감과 자아정체감의 상호작용

자기효능감은 단지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그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자기 개념(self-concept)의 핵심 요소가 되어,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자아정체감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효능감이 높은 사람의 자아정체감 특징

  • 스스로를 유능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인식
  • 도전을 통해 자기를 확장하고, 실패에 대해 덜 위축됨
  • “나는 어려운 상황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감 형성

효능감이 낮은 경우

  • 자신을 무기력하거나 실패한 사람으로 규정
  •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인식 강화
  • 자존감 하락 및 자아정체감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 증가

사회 비교와 자기효능감의 약화

 

자기효능감은 내적 신념이지만,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를 통해 쉽게 흔들리기도 합니다. 특히 SNS나 경쟁 환경에서는 타인의 성과가 실시간으로 노출되어,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기 쉽습니다.

  • “저 사람은 저렇게 잘하는데, 나는 왜 못하지?”
  • 비교는 현실적 평가보다 비현실적 이상화로 연결되어 자기효능감 손상
  • 심지어 과거의 성공 경험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짐

이러한 비교심리는 효능감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도전 자체를 회피하게 만드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합니다.

회복탄력성과 자기효능감의 연결고리

자기효능감은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자기조절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발휘하여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회복탄력성이 강화될 때 나타나는 변화

  • 실패를 배움의 기회로 전환
  • 위기 상황에서 주체성을 회복하고 다음 단계로 이동
  • 자기 신뢰 회복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가능

결국 자기효능감을 키운다는 것은 단지 성공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삶을 회복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서적 근육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결론: 자기 효능감은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자기효능감은 단순한 낙관이 아니라, 경험과 피드백, 그리고 해석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심리적 근육입니다.

이 근육은 단련할수록 더 강해지고, 방치하거나 반복된 실패로 상처받으면 쉽게 위축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고, 실패해도 자신을 공격하지 않으며, 작은 성취를 소중히 축적하는 방식으로 효능감의 감정 기억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당신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든, 효능감은 다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의 선택과 해석으로 계속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